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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못해 공고 갔다구요?"
“기능직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겠습니다.” 제37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 11개, 은메달 6개, 동메달 8개를 얻어 주최국인 스위스(금9, 은2, 동3)를 물리치고 우승한 우리나라의 장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선수단은 지난 22일 노무현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했다. 대회는 스위스 상갈렌에서 지난 6월 12일부터 25일까지 열렸고, 한국은 지난 1993년 대만대회를 제외하고는 1977년 이후 모두 우승하는 위업을 세웠다. 국제기능올림픽은 1981년 이전에는 매년 열렸으나 1981년부터는 2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선수단 39명중 34명이 실업계 고교 출신
“공고출신이라고 하면 ‘공부 못해서 공고 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서운해요” 우리나라가 개발해 국제기능올림픽 경기직종으로 채택된 최초 직종인 웹디자인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김선경(여·19·대전전자공고)양은 “아무리 ‘기능올림픽에서 상을 받았다’고 말해보았자 ‘그게 뭐냐’며 되묻는 사람들과 공고출신이라고 하면 ‘공부 못한다’고만 생각하는사람들때문에 서운했다”고 말했다. 김양은 “꼭 훌륭한 웹디자이너가 돼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번 국제기능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단의 경우 전체 39명중 5명을 제외한 34명이 모두 실업계 고교 출신이다.
◆벽돌쌓기 명장을 꿈꾸며
우리나라 선수로서는 최초로 조적(벽돌쌓기)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룬 안성원(19·천안공고)군은 “어느날 학교 실습실을 지나다가 벽돌이 쌓여있는 것을 보고 멋있다고 여겨져 1999년부터 시작했다”며 “3개월에 걸친 합동훈련기간 동안 대학생활을 하며 즐겁게 지내는 다른 친구들을 보면서 막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안 군은 또 “조적의 경우 미용이나 제과제빵과는 달리 관람객도 없고 모르는 사람들이 ‘노가다’라며 무시하는 발언을 하곤 해서 속상했다”며 “앞으로 대학도 가고 건설시공 분야에 취직을 해서 ‘명장(名匠)’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적’이란 성당이나 교회, 고급주택의 벽에서 볼 수 있듯이 벽돌을 쌓아 갖가지 모양을 만들어 장식적인 효과를 내는 것을 일컫는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0년 일본 대회 때 처음으로 조적 부문에 참가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서 쌍둥이 동생과 겨뤄
귀금속공예 부문 금메달리스트인 박상준(19·명장보석·단국공고 졸)군은 국제기능올림픽대회 대표선수를 선발하는 마지막 관문인 제 3차 평가전에서 쌍둥이 동생(박상용·19)과의 경합을 벌이다 동생의 양보로 대표자격을 얻었다. 박 군은 “동생이 출전자격을 양보하고는 울면서 금메달을 따라고 했는데 동생과의 약속을 지켜 뿌듯하고 행복하다”며 “2005년 제 38회 대회때는 동생이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대회 출전을 위해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맹훈련을 받았다는 박 군은 “선생님(진용석 명장보석 대표)이 사회랑 모든 관계를 끊으라며 삭발까지 시켰을 때는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었는데 금메달을 따고 나니까 그것도 다 추억”이라며 웃었다. 미국 유학을 위해 현재 학원에 다니며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귀금속 공예를 계속해 동생과 함께 사업도 하고 둘 중 한 명은 대학교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업을 잇는 아들
제과 기능장(技能長)인 아버지(김영모·50)의 뒤를 잇겠다며 13살 때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외국어를 익힌 뒤 프랑스로 건너가 제빵명문인 리옹전문제과기술학교를 졸업했다는 특이한 이력때문에 경기 출전 전부터 화제가 됐었던 김영훈(22·김영모과자점)씨는 이번 대회 제과제빵부문에서 동메달을 땄다. 현재 서울 강남구 도곡2동 아버지의 제과점에서 일하고 있는 김씨는 “대회를 준비하며 아침 7시부터 새벽 1~2시까지 훈련을 했다”며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라 훈련이 힘들지는 않았으나 어떤 단계에 도달하더라도 그 윗단계가 존재한다는 생각에 다시 채찍질을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나라 제과가 실력으로는 프랑스나 일본에 뒤떨어지지 않는데도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있지 않아 안타깝다”며 “우리나라 제과를 세계에 많이 알려 외국사람들이 우리 나라에서 제과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공계 기피현상 없애는 데 도움 되었으면
매년 4월에 있는 지방대회와 매년 9·10월의 전국대회를 거쳐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들의 훈련기간동안 총감독을 맡았던 조영일(51) 한국산업인력공단 기능경기부 부장은 “스포츠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데 반해 기능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국가위상을 드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인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는다”며 “이번 우승이 우리 사회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조금이라도 없애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곽아람 기자 aramu@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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