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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심리 정신의 게으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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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을 유용하게 이용하려면 이것을 개간해서 씨를 뿌릴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여자들은 그대로 두어도 혼자서
모양이 못생긴 살덩이를 무더기로 만들어 내놓지만, 여기서
혈통 있는 좋은 세대를 얻으려면 다른 씨를 받게 해야 하는 것과 같이,
정신에 있어서도 역시 그러하다.
정신에게는 어떤 문제에 전념하도록 제어하고 강제하는 일거리를 주지
않으면 이런 저런 공상의 막연한 들판에서 흐리멍덩히 헤매게 된다.
청동 화분의 물이 흔들려,
햇빛이나 달 그림자를 반사하면,
광명의 반영은 사방에 흩어져서 공중에 날며,
저 높은 벽에 가서 부딪힌다. (베르길리우스)
그래서 이런 동요 속에서 정신은 헛된 잡생각이건 몽상이건 내놓지 않는 것이 없다.
병자의 몽상과도 같이
그들은 허황된 생각을 꾸며낸다. (호라티우스)
마음은 일정한 목표가 없으면 갈피를 잡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말처럼, 사방에 있다는 것은
아무데도 있지 않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어디에도 있는 자는, 막시무스여, 아무데도 없는 자이다. (마르티알리스)
미셸 드 몽테뉴 지음, 손우성 옮김 '몽테뉴 나는 무엇을 아는가' 중에서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정신에게는 어떤 문제에 전념하도록 제어하고 강제하는 일거리를 주지
않으면 이런 저런 공상의 막연한 들판에서 흐리멍덩히 헤매게 된다.'
우리가 아는 게으름은 '무료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 흩으러짐에 기인하는 것임을 몽테뉴는 일찍이 간파한 것 같다.
늘 스스로의 정신이 명확하게 한 곳을 바라보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몸과 마음의 주인이 되는 비결임을 아주 익살스럽게
얘기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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