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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처세 여행은 출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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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자유다.
자유로워지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유를 잃으면 여행도 없다.
수많은 사진, 방문 목록 속의 볼 곳들을 하나씩 채우는 것이 여행은 아니다.
구본형, ‘놓아두자, 인생이 달려가는 대로’, 부산일보 2010. 7. 19자에서
여행을 가기 전에 계획을 세웁니다.
몇 시에 모여서 인원을 점검하고,
몇 시에 버스가 출발을 하여 몇 시에 목적지에 도착을 하고,
목적지에서 얼마 동안의 시간을 보내는 지 등
출발부터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일정표를 세웁니다.
그리고, 그 일정표대로 움직입니다.
우리 가족도 지난 주말 여행 일정을 수립했습니다.
토요일 몇 시에 출발을 해서 어디 어디를 둘러보고,
숙소에 몇 시에 도착을 해서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한 뒤,
다음 날 몇 시에 일어나 어디를 가며,
점심은 어디에서 먹고 등등 상세한 일정표를 짰습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의 여행은 숙소를 제외하고는 일정표와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토요일이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면서
우리 가족이 애초에 세웠던 계획과 일정은 수정되어야 했습니다.
문득 여행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왜, 우리는 여행을 떠나면서 일정표를 짜고 그것에 맞추려 하는지 의문입니다.
우리는 또 다른 구속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 같습니다.
여행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스스로를 구속하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똑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똑 같은 시간에 길을 나서면서 도로가 막힌다고 짜증을 냅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아이들이 따로 떨어져 움직이지 못하게 합니다.
아름다운 경치 앞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억지로 웃게 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들과 그 곳에 다녀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입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오랜 출장을 다녀온 기분입니다.
피로를 풀려고 떠난 여행이 아니라 피로를 잔뜩 쌓아 돌아오는 여행이 됩니다.
출장은 채우는 것입니다.
자신이나 조직의 목적이나 의도를 채우기 위해 떠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출장 후에는 반드시 복명서를 써야 하고 평가를 해야 합니다.
반면에 여행은 비우는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과 머리를 비움으로써 여유를 찾는 것이 여행입니다.
그래서 여행에서 굳이 뭔가를 얻으려고 고집하지 않아야 합니다.
여행은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행을 출장으로 생각합니다.
일정표대로 움직이고,
일정표대로 움직였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사진을 찍고,
다녀와서 보고서를 작성해 인터넷으로 보고를 합니다.
그것도 잘 보고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꾸미기도 합니다.
단풍이 낙엽이 되어 앉는 아름다움을 보며
채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일정표를 따라하지 않고, 내비게이션을 끄고 국도, 지방도를 가리지 않고 가다 보니
그동안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새로움을 발견합니다.
바위와 나무, 그리고 물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봤으며,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소리의 정겨움을 느낍니다.
일정표와 내비게이션을 버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새로움입니다.
여행은 여행이어야 합니다.
여행은 출장이 아닙니다.
마음에 낀 때를 벗겨냄으로써 자유를 찾는 것이 여행입니다.
억지로 계획에 맞추고 뭔가를 얻어내겠다는 욕심을 비울 때
우리의 여행이 진정한 자유를 찾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버리고 비움으로써 생각지도 않은 새로움을 얻을 수 있는 여행이야말로
진정으로 쉬는 여행, 마음의 평온을 찾는 여행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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