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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물 방에 앉아서는 농사를 짓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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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논과 밭으로,
곧 곡식이 자라고 있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방에 앉아서는 못 짓습니다.
가서 땅과 곡식과 비벼 대면서 그들의 생리를 알고 그 생리에 알맞게 거들어 줍니다.
전우익 지음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중에서 (현암사)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를 쓴 전우익 선생이 어제 돌아가셨습니다.
1925년 경북 봉화생이시니 향년 79세.
내용이 너무 좋아, 몇번 소개해드렸던 책을 쓴 자칭 '고집쟁이 농사꾼'이었습니다.
오늘 별세 소식을 듣고 그 책을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쌀쌀했던 작년 2월.
한 후배로부터 전우익 선생의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후배는 책을 읽고, 무작정 전 선생을 만나러
'한국 최고의 오지'인 봉화의 집을 물어물어 찾아갔습니다.
말씀을 듣고 싶다며 불쑥 찾아온 한 청년에게 그는 밥상을 차려주고 이불을 펴주었습니다.
후배는 장작을 몇개 팼고, 허드렛일 몇가지를 했다고 말했지만,
서울 출신의 젊은 총각이 시골에서 무얼 제대로 했겠습니까.
후배는 마침 전 선생의 집에 들린 시인 신경림 선생과 함께
막걸리도 한 잔 얻어마시며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신경림 선생은 전우익 선생이 책을 쓰도록 만든 오랜 친구였습니다.
그 분위기가 너무 좋게 느껴져서,
저는 조만간 후배와 함께 전 선생댁을 찾아가기로 계획했었습니다.
그 것이 작년 2월. 그 새 시간은 2년 가까이 흘렀고, 전 선생은 별세하셨습니다.
그는 농사를 지으려면 논과 밭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방에 앉아서는 농사를 짓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논에 나가 땅과 곡식과 비벼 대며 그들의 생리를 알아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방에 앉아 농사를 짓겠다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부터 그런 건 아닌지 되돌아봅니다.
음식점을 개업하겠다면서, 싱싱한 재료가 있는 새벽 시장통이나
전국의 맛난 집을 찾아다니지 않고 책상에서 밥그릇 계산만 합니다.
영업을 맡고 있으면서, 고객을 한명이라도 더 만나려 돌아다니지 않고 인터넷만 뒤적입니다.
한국경제를 맡고 있는 경제부처 공무원이 경제 현장을 찾아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하지는 않고 책상에 앉아 통계 수치만 끄적입니다.
한국 최고의 오지 봉화 산골에서 농사를 짓다 돌아가신 한 '멋진 농사꾼'이 남긴 말입니다.
"방에 앉아서는 농사를 짓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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