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지구과학 감상문 - 환경 영화 'HOME'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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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ce나그네 작성일 09-10-21 21:20 조회 6,297 댓글 0본문

하지만 내 생각에 '상식'을 비판적 검증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사물의 양면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잊어버릴 수 있기에 위험하다. 롬보르 비외른은 '회의적 환경주의자'란 책에서 '환경 문제를 둘러싼 현실이 충분히 좋다'라고 말하고 있지 않다. 다만 그의 말을 참조하자면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환경 지표에서 인류의 운명이 사실상 밝아지고 있다. 비록 우리가 개선 속도가 느리다는 생각을 하면서 불만족할지라도, 적어도 우리가 환경 문제에 대처하는 기본적인 접근 방법은 맞는게 아니냐' 정도로 생각할 수는 있지 않겠냐는 의미이다.
천연 자원을 잘 관리하고, 삼림, 수자원 관리, 대기 오염, 지구 온난화 같은 문제에 대처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사려 깊은 행동이지만, HOME에서는 환경 문제에 대한 실태를 제대로 밝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 얘기를 하면서 물에 잠기는 국가를 얘기하고, 시베리아 동토가 녹아 메탄가스로 인해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은 좋다. 하지만 시베리아 동토가 녹음으로써 물에 잠기는 땅보다 새롭게 이용할 수 있는 땅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는 얘기, 그리고 지구가 따뜻해지니까 뒤집어 말하면 추위로 얼어죽는 사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은 왜 고려하지 않는가?
원래 안정된 생태계가 있었고 인간이 그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하는것은 너무 순진해 보인다. 생태계라는 것은 원래 다양한 변수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온 역동적인 시스템이다. 인간이란 종이 살아온 200만년 동안만 해도, 빙하기도 있었고 지금보다 더 따뜻한 시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퍼져나가 지구 전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자연 환경의 파괴를 왜 걱정해야 하는가? 하루살이가 우주의 최후를 걱정할 필요가 있는가? 결국 우리 인간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연 환경이 파괴되었을 때의 악영향을 걱정하는 것이다. 결국은 문제되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부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고르는 것 하나하나가, 다음 질문에 기반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이익과 손해를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더 큰가?'
롬보르 비외른은 우리가 환경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마치 다음과 같은 것이라고 2008년에 지구온난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 '쿨잇'에서 말하고 있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적으로 교통사고 때문에 매년 죽는 120만명을 구할 수 있다. 특히 약 90%의 사망자가 나오는 제3세계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미국에서만 매년 자동차 때문에 죽어가는 조류 5700만 마리를 구해 자연 환경을 보호할 수도 있다. 제한 속도를 시속 8km로 낮추기만 하면 된다.' 사실, 지구 온난화 문제만 해도, 우리는 상당 부분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온난화를 '0'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매년 그 문제를 악화시키기만 하고 있다고도 말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홈'에서 '염려와 공포, 재난'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불타는 숲을 찍어 보여주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겨울철 추위로 인해 죽을 수도 있었지만 지구 온난화 덕분에 산 15만명이 누가 누구인지 알아내고 찍어서 보여줄 수 있겠는가?
HOME이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촉구했다는 본질적인 측면은 좋다. 즉, 사람들이 잊어버리기 쉬우면서도 알고 있어야 할 사실을 알려준 것이다. 하지만, 한쪽 면만 강조하다보니, '사람들이 잊어버리기 쉬우면서도 역시나 알아야 할 사실'을 빼먹은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최소한, 자신의 주장에 대한 반박을 조금이나마 고려하고, 그에 대한 재반박을 덧붙여주는게 보다 수준높은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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